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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럿보이넷 :: 외국인에게 길을 알려주는 방법
장안동베짱e
2006. 2. 9. 12:42
우리나라의 서울 거리를 걷다보면 가끔 외국인을 만날 때가 있다. 대화 하나 없이 자연스레(그들에게는) 스쳐지나가지만, 기실 우린 '저 외계에서 오진 않았지만 외계에서 온 생물보다 더 공포스러운' 인간이 내게 말을 걸어오지나 않을까(우리에게는) 눈도 마주치지 않으려 한다. 한 번 흘끔 쳐다보고 슬슬 직진코스이던 마이웨이를 쉽게 바꿔버린 적, 없었다고는 말 못하겠지? 이태원이나 명동 같은 유명한 복합문화 거리에는 그 거리에 있는 모든 마네킹의 수보다도 더 많은 외국인들이 각자의 모국어를 지껄이며 대한민국의 산소를 다 빨아마시고 있다. 평생 그 곳을 가지 않을 자신이 있더라도 어쩌랴! 외국인을 만나는 건 이제 흔하디 흔한 일상 풍경이 되어버린 걸...
"Where...?"
외국 아해들은 우리나라 사람이 다 지네 나라 말을 안다고 생각하는지 꼭 지네 나라 말로 길을 물어본다. (반드시 붙는 조건 두 개: 내 옆에 늘 붙어다니던 영어 잘 하는 친구가 그날 따라 없을 때, 물어보는 그 곳이 내가 모르는 곳인 경우) 나는 살면서 지금까지 딱 여섯번 있었다. 외국인이 내게 길을 묻는 경우는. 어렸을 적의 세 번은 얼버무렸고, 나머지 세 번은 친절하게 알려줬다. 내가 영어를 잘 하느냐? 네버! 군대에 있는 지금도 단어장이랑 씨름하고, 되도않는 문법을 만들어 나중에 이게 뭔 뜻인지 혼자 고민하기도 한다. 그럼 무슨 수로?
"Where...?"
외국 아해들은 우리나라 사람이 다 지네 나라 말을 안다고 생각하는지 꼭 지네 나라 말로 길을 물어본다. (반드시 붙는 조건 두 개: 내 옆에 늘 붙어다니던 영어 잘 하는 친구가 그날 따라 없을 때, 물어보는 그 곳이 내가 모르는 곳인 경우) 나는 살면서 지금까지 딱 여섯번 있었다. 외국인이 내게 길을 묻는 경우는. 어렸을 적의 세 번은 얼버무렸고, 나머지 세 번은 친절하게 알려줬다. 내가 영어를 잘 하느냐? 네버! 군대에 있는 지금도 단어장이랑 씨름하고, 되도않는 문법을 만들어 나중에 이게 뭔 뜻인지 혼자 고민하기도 한다. 그럼 무슨 수로?
우리나라 사람은 세계에서 영어를 제일 잘 하는 사람이자, 제일 못 하는 사람이다.
무슨 명제가 이러냐? 잘못된 명제는 아니다. 이거 잡지에서 본 거다. 우리나라 학생들은 어려서부터 공부한 외국어 덕택에 문법과 어휘에 관해서는 자국인보다 훨씬 뛰어나단다. 반면에 그 모두가 '수능의, 수능에 의한, 수능을 위한' 공부인지라 실전에서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수수깡 화살촉에 지나지 않는단다. <7막 7장>의 저자 홍정욱 아저씨도 그랬다. 한국에서는 나름대로 뛰어난 실력파였으나 미국 가보니 벙어리가 될 수 밖에 없었다고. "How are you? (당신, 괜찮아요?)" 하면 "I'm fine. Thank you. And you?" 하고 대답할 수 밖에 없는 대한민국의 학생(뿐만 아니라 당신도)에게 실전에서 써먹을 수 있는 영어는 저만치의 꿀항아리일 뿐일 게다. 신문 같은 데 써갈겨진 '오늘의 영어'도 볼까?
☞ You seem like a size 4. 
A: Excuse me? Where are the fitting rooms?
B: They're in the back. I'll show you. (later) So, how does it fit?
A: I think it's a bit big on me.
B: I agree. You seem like a size 4. I'll go find a 4 for you.
☞ 손님은 4 사이즈이신 것 같네요.
A: 실례합니다만, 탈의실이 어디죠?
B: 뒷편에 있어요. 제가 알려드리죠. (잠시 후) 옷이 잘 맞나요?
A: 제 생각에는 옷이 약간 큰 것 같아요.
B: 그렇군요. 손님은 4 사이즈이신 것 같네요. 제가 4 사이즈를 찾아오죠.

A: Excuse me? Where are the fitting rooms?
B: They're in the back. I'll show you. (later) So, how does it fit?
A: I think it's a bit big on me.
B: I agree. You seem like a size 4. I'll go find a 4 for you.
☞ 손님은 4 사이즈이신 것 같네요.
A: 실례합니다만, 탈의실이 어디죠?
B: 뒷편에 있어요. 제가 알려드리죠. (잠시 후) 옷이 잘 맞나요?
A: 제 생각에는 옷이 약간 큰 것 같아요.
B: 그렇군요. 손님은 4 사이즈이신 것 같네요. 제가 4 사이즈를 찾아오죠.
어느 영어교육 홈페이지에서 퍼 온 거다. 이 상황... 매우 교과서적인 상황이다. 우리나라에선 절대 볼 수 없는 상황. 우리나라에선 이렇다.
A: 이거 어디서 갈아입어요?
B: (안 쳐다보고) 저기요. (잠시 후) 어머나~ 참 예쁘세요. 날씬하고 심플한 게 정말 잘 어울리시네요. 요즘 나온 것 중에 제일 많이 팔린 게 이건데... 주절주절
A: 이거보다 한 치수 작은 걸로 주세요.
B: 15,000원입니다.
A: 좀 더 깎아주세요.
외국어를 가르치려면 있음직한 상황으로 회화를 하는 게 제일 급한 문제일 거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우리나라에서 있음직한 상황들도 제대로 모르면서 남의 나라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회화로 배우고 있다!
외국인에게 말하려면 제대로 말하자. 우리.
우리나라 사람들이 잊고 있는 게 하나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외국인들이 외국어로 길을 물어보면 당연히 외국어로 대답을 해야한다고 생각을 하고 있다. 외국에서라면 물론 그렇게 해야한다. 그렇지만 여기는 한국이다. 나의 홈그라운드인 것이다. 프랑스나 독일에서는 외국인이 영어로 길을 묻거나 하면 모른 척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알려주더라도 "다음번엔 우리 말로 물어보세요." 를 잊지 않는단다. 왜냐? 모국어에 대한 자부심이자, 복잡하게 살지 않으려는 나름대로의 행동관습이기 때문에. 그런데 우린 왜? 우린 왜 친절하게 외국어로 길을 설명해줘야 하는가? 동방예의지국이라서? 그러지 않아도 된다. 우린 세종대왕 할아버지와 집현전 아저씨들이 골똘히 생각 끝에 완성해놓은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문자체계와 언어를 가진 '깡'의 민족 아닌가? 변변찮은 외국어 실력으로 땀 두 방울 삐질거리지 말고, 자신있게 우리나라 말로 하자. 이제.
"where... 경복궁?"
"아, 경복궁이요? 여기서 52-1번 버스 타셔서요 일곱정거장쯤 가면 큰 사거리가 나오거든요? 거기서 운전기사 아저씨한테 "경복궁에서 내려주세요." 하면 신호등 하나 건너 세워줄거예요. 그럼 거기서 왼쪽 돌담 길 따라 주욱~ 올라가세요. 거기가 경복궁이예요."
중요한 건 절대로 미소는 잃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동방예의지국의 저력은 말이 아닌 웃음에 있다.
만일, 내가 모르는 동네다?
"아, 경복궁이요? 여기서 주욱 올라가셔서요 왼쪽을 딱 보면 큰 거리가 있거든요? 길을 건너서 오른쪽 골목으로 들어간 다음 두 블록 정도 앞으로 가면 경찰서 있어요. 거기서 데려다 달라고 하세요."
까짓꺼... 친절하면 그만 아닌가?
외국인이 알아듣든 알아듣지 못하든 그건 우리가 알바 아니다. 대한민국 땅을 밟으러 왔으면서 감히 한국말도 공부 안하고 온 그 아해의 사정이지. 우리 홈그라운드에서 우리 말 쓰고 있는데 누가 뭐라겠는가? 자기 나라 말 쓰는 사람이 이상한 사람이지. 안 그래?
내가 말하는 건 이거다.
자기 외국어 실력이 실용회화가 가능하다 하는 사람들은 제대로 외국어 구사해서 외국인에게 '한국인은 역시 세계화에 앞장서는 뛰어난 사람들이야.' 하는 인상을 주고,
그게 아니라면 아름다운 우리 말 마음껏 해서 '한국인은 역시 녹록지 않은 모국어 사랑이 대단한 사람들이야.' 하는 인상을 주자는 거다.
길을 묻는 외국인들은 결국 우리나라 땅을 밟고 있는 거니까.
출처 : http://paper.cyworld.nate.com/paper/paper_item.asp?paper_id=1000055805&post_seq=294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