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이 중순을 향해 가고 있다. 잠깐 한 눈 팔면 금새 제야의 종소리를 듣고 있을 것이다. 12월은 직딩들에게 매우 중요한 시기다. 거의 모든 회사에서 12월에 "내년도 사업계획"과 "인사 평가"가 이뤄진다. 사업계획은 10월이나 11월에 끝나야 하지만 세상 일이 뜻대로 되는 건 아니다. 어떤 경우엔 2월까지 사업계획 수정하기도 하니까. 인사 평가는 직장인들에게 큰 스트레스다. 그러나 또 다른 의미에서 기회이기도 하다. 인사 평가의 결과는 곧이어 다가오는 연봉 협상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대개의 회사는 매출에 대한 기여도가 인사 평가의 가장 중요한 항목을 차지한다. 과거에는 각 파트별로 다른 인사 평가 기준이 적용되었으나 최근 몇 년 사이 기업들은 모든 항목을 수치화하여 해당 파트 혹은 회사 전체의 매출액을 부서별로 분산하여 해당 부서가 얼마나 매출액에 기여했는가를 측정하는 방법을 선호하고 있다. IT 업계도 이런 흐름을 피해갈 수는 없다. 많은 회사들이 과거에는 시스템의 일부 혹은 지원 부서라고 생각했던 개발 조직이나 디자인 조직에 대한 인사 평가의 기초 항목으로 매출에 대한 기여도를 측정하려 시도한다. 대개의 경우 이러한 시도는 무의미하게 끝난다. 매출액은 절대 기준이 될 수 없고 직종, 직군별로 다르게 적용되야 한다. 그러나 무지막지하게 숫자 놀이를 하여 그것을 직원들에게 들이대고 책임지지 말아야 할 부분에 대해 강요하게 된다. 거의 모든 직장인들이 이 숫자 앞에서 어이없이 무너진다. "당신네 부서와 당신이 매출에 기여한 게 미미한데..." 이렇게 시작되는 대화 앞에서 한 해 동안 끊임없이 이어진 야근과 철야, 연월차 반납에 대한 자신의 노고는 그냥 없는 것이 되어 버린다.

 

 

연봉 협상은 고용주와 피고용인의 1:1 계약이다. 우리나라의 IT 업계 중 일부는 노동조합이 존재하고 산업별 노동조합도 구성되어 있지만 실제 힘은 매우 미약하다. 이런 상황에서 노조나 산별 노조의 도움을 받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1년이 아니라 몇 년을 근무했더라도 연봉 협상의 순간에는 모두 개인이다. 외롭고 부당하다고 생각할 지 모르겠으나 그것이 연봉 계약 체제의 기본 룰이다. 이걸 인정한다면 지금부터 이야기할 연봉 협상에 대한 조언이 조금은 도움이 될 것이다.

 

 

 

. 연봉 협상의 원칙 : 내가 한 일과 성과를 분명히 하라

 

일일업무보고, 주간업무보고, 월간업무보고, 분기업무보고를 하고 있다면 한적한 휴일에 이 문서를 정리하여 자신이 일년간 한 일을 정리하고 계량화하는 것이 좋다. "나는 올해 3개의 웹 사이트를 기획했어요"라고 얘기하는 것보다 "나는 올해 3개의 웹 사이트의 마케팅 기획서와 개발 기획을 했으며 이 기간에 투여된 시간은 약 350시간이었고 2천 페이지 분량의 도큐먼트를 작성했으며 이 사이트에서 발생한 매출액은 총 12억원입니다."라고 말하는 것이 훨씬 좋다. 물론 자신이 얼마나 기여를 했으며 기여도에 따라 총 매출액에서 자신이 기여한 매출액을 산출할 수 있다.

 

 

 

.연봉 협상의 원칙 : 협상의 대상은 사장이다

 

연봉 계약서를 잘 읽어 보면 갑과 을의 주 계약자는 회사의 사장과 자신이다. 회사의 인사 담당자도 아니고 팀장도 아니고 부장도 아니고 사장과 바로 자신이다. 쓸데없는 데 힘을 뺄 필요는 없다. 회사의 사장은 인사 담당자와 팀장, 부장을 통해 당신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획득하고 있을 것이다. 당신은 사장에 대해 무엇을 알고 있는가? 사장이 생각하는 사업 계획과 사업의 중요성, 자신과 자신의 파트에 대한 의지를 알고 있는가?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면 이미 연봉 협상은 물 건너 간 것이다. 그냥 제안하는대로 감사하다고 받아 들여라.

 

 

 

. 연봉 협상의 원칙 : 앞으로 1년간 무엇을 할 것인지 생각하라

 

연봉 협상은 미래에 대한 협상이지 과거에 대한 협상이 아니다. 과거에 대한 평가는 연봉 협상에서 중요한 항목이다. 만약 당신이 지난 시즌간 매우 훌륭한 성적을 거둔 야구 선수라고 생각해 보자. 재계약을 해야 하는데 하필이면 한달전에 중대한 부상을 입었다. 구단주는 당신과 계약을 할 것 같은가? 회사의 연봉 협상도 마찬가지다. 당신이 지난 한 해 했던 일에서 매우 큰 성과가 있었지만 당신이 앞으로 6개월 이내에 경쟁사로 떠날 각오가 되어 있거나 창업을 하겠다고 떠들고 다닌다면 연봉 협상이 뜻하는 바대로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이다. 달리 말해 앞으로 1년간 무엇을 할 것인지 이야기함으로써 연봉 협상에서 우월한 지위를 점할 수 있다.

 

 

 

. 연봉 협상의 원칙 : 연봉은 삭감될 수도 있다

 

매우 안타까운 일이지만 연봉 협상에서 당신은 정말 원치 않는 결과와 만날 수도 있다. 자신이 판단했던 기준과 다르게 회사에서 판단할 수 있고 지금보다 낮은 연봉을 제안 받게 될 수 있다. 지금도 먹고 살기에 벅찬데 더 낮아진 연봉을 제안받는다면 그것을 해고 통지로 이해할 지 모른다. 맞다. 많은 회사들이 연봉 협상에서 낮은 연봉을 제안함으로써 해고에 대한 부가 비용없이 계약을 연장하지 않음으로써 해고를 종용하기도 한다. 그러나 어떤 회사는 장래에 닥쳐 올 위험 - 경기 하락, 시장의 쇠퇴, 사업의 전환 - 을 대비하기 위해 전사적인 연봉 삭감을 단행하기도 한다. 모든 연봉 삭감이 당신에 대한 해고를 전제로 한 것은 아니다. 여전히 기분은 나쁘겠지만 냉정하고 객관적인 판단을 할 필요가 있다. 주의할 것은 기업의 위험을 핑계로 내세우며 연봉을 삭감하는 악덕 기업도 있다는 것이다. 그런 기업과 기업주를 판단하는 것은 순전히 자신의 몫이다.

 

 

 

. 연봉 협상의 원칙 : 단지 1%의 기업만 연봉 협상다운 연봉 협상을 한다

 

한국의 연봉은 일반적인 의미의 연봉과 상당한 차이가 있다. 외국 기업에 존재하지 않는 항목도 존재하고 외국 기업에 존재하는 항목이 존재하지 않기도 한다. 장점과 단점이 있지만 한국의 연봉은 많이 변형된 "총 수령 급여를 12개월로 나눠서 지급하는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다. 그러나 이렇게 변형된 연봉의 개념 때문에 연봉 협상 또한 변형되어 있다. 대부분의 기업은 "연봉 테이블(Salary Table)"이라는 것을 갖고 있다. 이 테이블은 직급에 따른 연봉 수준을 기록하고 있으며 연봉 협상은 그 범주 이내에서 이루어진다. 다시 말해 연봉 3천만원을 받는 과장이 아무리 일을 열심히 하여 훌륭한 성과를 거두더라도 연봉 5천만원이 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말이다. 여기에는 '형평성'이라는 항목도 도입된다. 단지 1% 이하의 기업만 하한선과 상한선이 없는 연봉 협상을 시도하며 이런 기업의 대부분은 외국계 기업이다.

 

 

 

. 연봉 협상의 원칙 : 자신을 과소 평가하지 말라

 

자신이 한 일과 효과를 계량화하고 기여도를 측정하다보면 운이 없을 경우 제대로 일을 하지 못했고 회사에 별다른 기여를 하지 못했다는 결론에 이를 수 있다. 일년 내도록 회사 직원들 컴퓨터 A/S만 했다거나 웹 사이트를 운영하여 하루 종일 고객 응대 이메일 답신만 했다거나 광고 베너만 일주일에 몇 개씩 만들었다고 좌절할 필요는 없다. 보다 매출과 가까운 일을 하지 못했다고 자책할 이유도 없다. 당신이 한 대부분의 행동은 매출과 직결되지는 않지만 성과를 나게 하는 인프라를 구성하고 있는 것이다. 자신을 과소 평가하는 순간 자신이 한 일은 제로가 된다. 만약 당신이 정말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면 이미 해고 되었을 것이다.

 

 

 

. 연봉 협상의 원칙 : 네 이웃의 연봉을 탐하지 말라

 

경쟁사의 연봉 수준이나 친구의 연봉을 묻지 말라. 그들은 그들의 영역에서 그만한 역할을 하며 그만한 댓가를 받고 있다. 동종 업계의 연봉 수준은 검토의 대상일 뿐 그들이 그러하기 때문에 당신 또한 그러해야 한다는 것은 애처로운 저항일 뿐이다. 차라리 그 회사로 옮겨 가는 것이 당신 자신과 회사를 위해 좋은 일이 될 것이다. 그럴 수 없다면 현실을 인정하라. 회사의 연봉 수준을 올리는 것이 당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일 중 하나이며 그것은 회사의 수익을 증대시키는 노력으로 집결된다.

 

 

 

. 연봉 협상의 원칙 : 협상자를 화나게 하지 말라, 후과를 모두 받아안게 될 것이다

 

연봉 협상의 대상자는 당신을 불쾌하게 만들 수 있다. 그렇다고 그/그녀를 똑같은 방식으로 화나게 하지 말라. 연봉 협상이 끝난 후에도 그들은 여전히 당신의 상사이거나 동료일 것이다. 그리고 감정의 여운도 여전히 남아 있을 것이다. 설령 협상의 결과가 매우 나빠서 회사를 떠나게 되더라도 그들이 당신의 뒷길을 쫓아다니며 험담을 할 지 모른다. 그렇게 행동하지 않기를 기대하기 보다는 협상의 과정에서 상대방의 감정을 자극하지 않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 연봉 협상의 원칙 : 연봉 이외의 조건을 협상하라

 

연봉 협상에는 다양한 항목이 있다. 특히 복리후생 조건이나 인센티브, 스톡옵션은 실질적인 연봉 인상을 가져올 수 있는 요건이다. 만약 당신이 최소한 2천만원 이상의 연봉을 인상해도 전혀 무리가 없는 성과를 지난 한 해 동안 이뤘으며 회사 또한 그것을 인정하고 있다고 가정해 보자. 그러나 회사의 연봉 테이블에서 보장해 줄 수 있는 금액은 5백만원 뿐이며 아무리 협상을 해도 7백만원 이상의 인상은 어렵다면 어떻게 해야겠는가? 그리고 회사가 당신을 간절히 원하고 있다면 다양한 조건을 제안할 수 있다. 연차를 10일 정도 더 받거나 무이자 대출을 받거나 인센티브의 퍼센티지를 높이거나 스톡옵션을 보장받을 수 있다. 협상의 대상을 오직 급여만으로 제한할 경우 협상의 여지는 매우 줄어들게 된다.

 

 

 

10. 연봉 협상의 원칙 : 이 모든 원칙을 잊어라

 

이제 이 원칙을 잊어야 할 시점이 왔다. 5번째 원칙에서 이야기했듯이 한국의 기업 중 단 1% 이하만 제대로 된 연봉 협상을 한다. 여러분 대부분은 이런 원칙이 무참하게 무시되는 기업에서 근무할 것이다. 연봉 인상률은 이미 결정되어 있고, 연봉 협상은 단지 그것을 통지 받는 자리가 될 것이다. 많은 기업들이 경기 불황을 이유로 연봉을 동결시키거나 심지어 삭감하려고 시도할 것이다. 여러분은 무력하게 그것을 받아 들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원칙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첫번째 이유는 언젠가 그 회사를 옮기게 될텐데 그 때 이 원칙을 기억한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나마 연봉 협상다운 연봉 협상은 이직을 하거나 스카우트될 때 간혹 보이기 때문이다. 두번째 이유는 연봉 협상의 원칙은 회사가 사람을 판단하고 가치를 부여하는 방법을 알려 주기 때문이다. 결정적 시기에 회사는 연봉 협상시 판단한 방법에 따라 당신을 판단할 것이다. 마지막 이유는 언젠가 당신도 이러한 연봉 협상 원칙에 따라 다른 사람과 연봉을 협상해야 하는 고용주의 위치에 설 수 있기 때문이다.



 


출처 http://blog.naver.com/kickthebaby/20008300072

 

 




Posted by 장안동베짱e :